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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가끔은 내가 누군가 입력한대로 살아가고 있는 로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해 본 적이 있는가? 꿈을 걷다, 조금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청춘은 그렇게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다.

2012년 영국으로 떠났다.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뭘 해야 할지 몰라 ‘꿈’이라는 단어를 캐리어에 담아 떠났다. 사실은 비행기에서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여 조금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영국에 도착해서 서툰 영어로 공항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입국심사 때 2시간 넘게 붙잡혔던 기억도 이제는 추억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난해, 2016년 총 4개국 30개 이상 도시를 13주간 투어를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으로 생각했던 일이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2012년 영국에서의 삶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한국에서 몸과 마음에 새겨진 고정관념을 다 깨부수는 시간이었다. 머리에서 못한다는 생각을 지웠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안한 것이었다. 1년 뒤 한국에 돌아와 대학후배 유혜진과 함께 레이브릭스(Lay Bricks)를 결성했다.
그리고 목표를 정했다. ‘우리는 앨범을 내고 영국에 간다.’ 2015년 첫 EP를 만들었고 그 후 영국에 가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시간이 있었다. 주위의 많은 밴드 동료, 관계자들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얻는 게 무엇이냐는 이야기였다. 다들 소득이 없을 거라 했다. 대부분 그랬었다며….
나는 처음으로 돌아갔다. ‘왜 대부분 겪었던 경험 때문에 다른 이도 역시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무턱대고 런던행 비행기 티켓을 먼저 끊었다. 우리는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었다. 그렇게 떠난 영국투어는 쉽지 않았다. 처음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총 공연이 4개였다. 6주 일정인데 4회 공연이라니…. 여행 간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무모한 확신이 있었다. 사실 도전이기도 했다. ‘우리 라이브를 보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공연이 잡힐 거라 생각했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노팅힐 마우마우 공연장에서 공연을 본 프로모터가 적극적으로 대시했고, 그 뒤로 입소문이 나서 런던에서만 10회 이상의 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리버풀 사운드시티 페스티벌과 소파사운즈 등 굵직한 스케줄을 포함하여 20회 이상의 라이브와 매거진, 라디오, 인터뷰 등등을 마쳤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 ‘브이록스’의 관계자는 영국에서 우리의 라이브를 본 후 공식초청장을 보냈고, 그렇게 또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되었다. 페스티벌 무대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는 관객들 덕분에 한 시간 넘게 나가지 못하고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그 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3개국 25개 도시를 투어하자는 오퍼가 들어왔다. 꿈인가 싶었다. 해외 록스타들만 한다는 그런 투어일정이었다. 우리는 받아들였고, 몇 달 뒤 하루에 수백키로를 움직이는 일정 안에 있었다. 한창 러시아 전역을 돌던 중 유혜진과 나의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영하 40도가 넘는 날씨에 컨디션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매일 감기와 싸우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이동하는 내내 기절해있었고, 리허설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공연 직전까지 말도 못하던 내가 안타까웠는지 본인 몸도 안 좋은 유혜진의 표정은 어느 날보다 어두웠다. 그러다 문득 꽝 하고 정신을 차렸다. ‘수년간 꿈꿔왔던 순간이 지금이 아닌가.’ 매 공연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사람이 가득 찬 공연장에서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같이 춤추며 우는 관객들,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6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런던행 티켓, 그 무모한 결정이 우리들에게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 줬고, 그로 인해 우리는 꿈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내가 하는 말이 무책임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늘 꿈을 향해 걷는 것이 우리 삶의 이유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한다.
모두가 하는 대로 살아온 인생에 자유를 느껴본 적이 없다. 남들이 하는 좋은 것은 다 해야 하는 것 같고 남들이 싫어하면 나도 싫어지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어 이 시기가 지나 나의 청춘은 어땠는가 하고 돌아봤을 때, 적어도 내가 결정한 길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더 기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오늘도 청춘이라는 꿈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