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청바지에 검은색 긴팔 티, 40라 쓰여 있는 검은색 모자. 그의 첫 모습은 ‘역시 흑인R&B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그러나 그의 반짝이는 두 눈은 그가 음악에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을 가득 담고 있었으며, 그의 목소리는 10여년의 음악생활 그리고 앞으로의 음악생활을 대변해주듯 사뭇 진지하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A 제가 기독교인데, 기독교에서는 40이라는 숫자가 고난과 역경을 의미해요. 저 나름대로, 제가 추구하는 음악을 이끌어 간다는 게 지금 시대에서 어떻게 보면 고난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이겨내고자 하는 생각에서 40을 예명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A 대형기획사에 있으면 사실 막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서는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제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형 기획사를 나오게 됐고, 지금도 사실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던 아티스트들은 절 되게 부러워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고.

 

A 사실 어렸을 적에는 많이 망설였어요. 왜나면 저는 막강한 지원과 하고 싶은 음악을 둘 다 가지고 가고 싶었거든요. 혼자 음악을 한다는 게 힘들다는 것도 알았고, 막강한 지원 역시 포기할 수 없었기에 ‘이 회사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기획사를 많이 옮겨 다녔죠. 그런데 그런 곳을 찾는 게 참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분들에게는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이자 미래를 보고 해야 하는 투자이니까 안정적인 것을 원하셨죠. 그런 점이 저와는 조금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지금의 회사에서는 지원도 받으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A 사실 ‘어떤 음악이 더 좋다.’라는 얘기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지만, 제가 안타까운 건, 저는 음악은 듣는 것이라는 고집이 있어요. 물론 지금은 음악이 듣는 것과 보는 것이 융합되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듣는 것과는 멀어져 있는 것 같아요. 또한 너무 편파적으로 특정 장르만 노출이 많이 되다보니까 장르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게 매우 안타까워요.

 

Q 지금까지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을 거치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데뷔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Got Faith]가 한국 대중음악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이루셨는데, 그 당시 심정은 어떠셨나요?
A 물론 되게 기뻤죠. 제 곡이 노미네이트 된 상들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추구하는 음악으로 지금의 판도를 바꿔보고 싶은 야망이 있었거든요. 저는 제 음악으로 감성적인 음악이 다시 부흥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해왔어요. 그래서 노미네이트 된 사실을 알았을 때는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앞으로 해야 될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좀 아파오더라고요.(웃음)

 

A 제가 생각하기에는 음악도 감성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음악을 들었을 때,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처럼,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음악을 만들 때 감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요. 그래서 항상 일상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들을 음악에 녹여내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그런 노력들이 빛을 바래 듣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그게 제 노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거라고 생각을 해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세상에 천재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정말 DNA부터 뛰어난 천재들은 세상에 몇 %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천재들은,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그런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나타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타고난 건 없지만 노력하는 천재가 되려고 해요.

 

A 장점은, 내 얘기를 혹은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를 내가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게 감성의 시너지를 이끌어 낸다는 거예요. 단점은,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죠. 사실 작업을 분담해서 한다고 해도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혼자하면 얼마나 오래 걸리겠어요. 또 다른 단점은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에 너무 빠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가수는 여러 스타일의 곡을 불러봐야 하는데, 혼자 음악을 하다보면 자칫하다가는 한 쪽 방면에만 너무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A 제가 노래하는 것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준 가수는 brian mcknight이란 가수에요. 그 사람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음악을 만들 때 영감을 많이 준 가수는 R.Kelly에요. 두 분은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처음에 ‘와, 노래라는 것이 정말 멋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곡은 아직도 분명히 기억이 나요. brian mcknight의 One last cry라는 곡인데, 제가 그 노래를 중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치면서 라이브를 하는 영상을 봤어요. 그 영상을 딱 보는데,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신선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거예요. 그때부터 R&B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죠.

 

A 갑자기 생각난 곡인데요. Bill Evans의 How Deep Is The Ocean이라는 연주곡이 있어요. 제가 이 곡을 스트레스 받을 때 많이 들어요. 이 곡이 목소리가 아닌 건반으로만 연주되는 재즈곡인데, 피아노만으로도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정말 음악이 이래서 위대한 거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곡이에요.

A 바람을 쐬러 인천으로 겨울 바다를 보러 갔는데 젊은 남녀가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그러다 여자가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바닥에는 여자의 발자국이 찍혔고 남자는 벤치에 혼자 앉아 발자국을 보며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상황을 딱 봤을 때,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몰래 그 남자의 뒷모습과 배경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가지고 돌아와서 사진을 보며 곡을 만들었는데 바로 그 곡이 1집에 수록된 ‘넋’이라는 곡이에요. 이렇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사진 같은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A 사실 자기만 만족할거면 방에서만 혼자 음악하면 되죠.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방에 가서 나 혼자 마음에 들 때까지 부르면 되고. 그런데 가수라는 직업은 대중이라는 듣는 사람이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이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싫어하는 음악을 대중을 위해 하는 것도 억지로 하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대중들이 듣고 공감을 하고 융화를 시킬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을 해요.

 

A 저는 사실, 눈앞에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깨나가는 스타일인데, 최종목표라고 하면 우주정복이죠, 세계정복!(웃음). 현실적인 목표라면, 지금 정규 앨범을 작업하고 있는데, 정규 앨범을 그동안 냈던 앨범보다 더 좋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감성적으로 성숙해진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에요.

 

 

취재 이민지 (rosemin9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