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생인 나는 지난해 1월 다소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 전역을 앞두고 있던 2016년 8월 무렵 모든 청년이 그렇듯,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군 적금으로 돈도 충분히 모았고, 아직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터라 유럽여행을 가야 하나 아니면 그간 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가장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일은 뭘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힙합 문화에 열광한 나는 늘 힙합 음악을 귀에 달고 살았던 터라 ‘음악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청소년기에도 이런 얕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갈등을 겪고 있었던 부모님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눌만한 용기는 없어서 마음속에 접어둔 막연한 꿈이었다. 전역 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모아둔 돈에 두 달 정도 일하며 번 돈을 더해 송파역 부근에 작업실을 잡았다. 그리고 컴퓨터, 스피커, 헤드폰, 마이크, 키보드 등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매일같이 노래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무도 내 음악을 들어주지 않았고,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었다. 음악으로 발생하는 수입이 없었기에 곧장 다시 일해야 했다. 스파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노래를 만들고 랩을 할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꾸중도 많이 들었다. 그러던 작년 5월쯤 음악으로 첫 수입이 생겼고, 7월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무대도 경험할 수 있었다. 9월에는 첫 싱글인 ‘FRIEND ZONE’과 처음 다른 가수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일단 나와’라는 곡이 발매됐다. 그리고 12월에는 많은 분의 도움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TWILIGHT’라는 싱글이 나왔고, 지금도 발매를 준비 중이다. 
2017년을 돌아보면 특별히 지치거나 힘든 순간은 없었다. 매 순간 즐거웠고, 음악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보람찼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어 있어야 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직 좌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기에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은 멀리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동안 멋진 동료들도 만났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좋은 음악을 한다면 언젠가 거리에서 내 노래를 들을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내 이름에 대해 궁금해한다. ‘FRIEDEN’은 독일어로 ‘평화’라는 뜻으로, 내 이름에서 I를 쌍점으로 바꿔서 ‘FR:EDEN’이 되었고, 평화라는 단어를 음악으로 설명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독일어가 전공이라 마음에 드는 단어 몇 개 정도를 외워뒀는데, 그중 하나가 ‘프리든’이다. 내 생각과 시선이 타인의 잣대나 언행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지은 두 번째 이름이다.
내 음악의 바탕에는 힙합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하는 힙합과는 거리가 멀다. 나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수정하며 함께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음악은 재생 후 10초~20초 안에 자신의 취향인지 아닌지 판가름 난다고 본다. 그래서 내 꿈이자 목표는 노래가 나오자마자 끝까지 듣고 싶어지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27살인 내 친구들은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나 역시 미래가 불안하긴 하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내가 만든 이름을 되새기며 널리 알릴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좋은 음악을 만들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내 안의 작은 불안감을 음악으로 하나씩 메우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갖는 것에는 책임감이 따르기에 막연하긴 하지만 20대의 큰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결과를 위해 밤새 노력해도 모든 창작물이 만족감을 줄 수는 없고, 성공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 ‘프리든’이 널리 알려지고 멋진 아티스트가 되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이 에세이도 서랍 속 일기장의 향수로 남았으면 한다. 앞으로 내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누군가의 귀에 닿길 바라며 일상의 걸음 안에서 평화(FR:EDEN)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