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북한이 마케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포장을 예쁘게 꾸미는 등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2016년 5월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마식령스키장 개장에 맞춰 ‘마식령’이라는 상표의 담배를 새로 출시했다고 한다. 평양의 내 고향 담배 공장에서 생산한 마식령 담배는 짙은 갈색의 케이스에 스키를 타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담배의 필터부분에는 눈송이 모양의 무늬도 넣어 겨울 느낌이 물씬 나도록 했다. 스키장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주민들은 일부러 이 담배를 구입해 주변에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북한 기념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제품 포장이 보여주는 변화는 작지만 크다. 북한 사회에 자본주의식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품에 특정 지명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라는 마케팅 기법에 해당한다. 그 곳에서의 개인의 경험이나 지명의 이미지가 제품을 구입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간 소비품에 ‘영광’(담배) 등의 정치적 상징이 담겼거나 ‘젖사탕(우유사탕)’, ‘과일즙 에스키모’ 등의 직설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을 선호했다. 2015년 북한에서 발표된 ‘사회주의 사회에서 상품광고의 본질적 내용과 특징’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선 아예 광고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내용도 있었다. 상품광고를 잘 하는 것이 “인민들의 늘어나는 물질문화적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고 상품판매를 촉진하는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평양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나 평양 시내를 돌아다니는 택시에 광고가 설치된 것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북한의 광고는 직설적이다. 광고가 많지도 않다. 광고의 표현 또한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되기 위한 구어체이기 보다는 공산당의 정책을 충실히 전달하는 어투를 그대로 써서 매우 딱딱하고 사실적이다. 앞으로도 광고를 제작함에 있어서 북한에서는 공산당의 검열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심한 경우에는 광고에 정치 선동적인 문구가 들어갈 수도 있다. 광고는 대중을 상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이라서, 북한의 독재체제, 공산당 체제가 유지되는 한 표현의 자유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마케팅 회사를 차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일단 광고는 제품의 본질을 전달하는데 충실해야 하며, 체제나 사상을 건드리는 문구가 들어가면 안될 것이다. 이미 1997년 남한의 광고회사와 북한의 기업이 공동으로 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남한의 이효리와 북한의 조명애가 같이 출연한 삼성전자의 애니콜 광고는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진행된 촬영이라 사례로 꼽기는 어렵지만, 그 진행과정의 어려움은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남북경협이 재개된다고 해도 북한이나 남한 정부가 모든 내용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에서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하면 북한 정부의 선전선동에 이용당하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북한에서 선전은 혁명전술 3대 요소 중의 하나이다. 혁명전술은 대중을 조직하고 동원하기 위해서 조직을 잘 꾸리고 투쟁을 이악하게 하고 선전을 잘해야 한다. 그 선전을 잘하려고 정치선전광고에도 비중을 크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기법도 남한은 아날로그 식 광고뿐 아니라 디지털 식 광고에서도 세계적 수준이어서 남한의 광고방법을  북한에서 그대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북한 광고 시장에 진출한다면 남한의 광고기법과 메시지 전달 방법이 북한에 문화적 충격을 유의하면서 차근차근해야 한다.

북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체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텔레비전 채널, 라디오 채널이 몇 개 되지 않고, 인쇄매체 또한 정부의 선전 수단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적용된 광고 규정을 참고로 할 만하다. 개성 공단내에서 활동하는 기업, 개인, 경제조직은 자유로운 광고 활동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광고업도 가능했다. 광고를 하고자 하는 기업은 광고 개발업자와 합의 후, 공업지구관리기관의 승인 하에 광고업 가능했다. 광고수단은 광고판, 전기광고판, 봉사간판, 소책자, 인터넷 등이었고, 광고금지 대상은 남북관계 발전에 저해를 주는 광고, 퇴폐·허위·비방 광고, 생산·판매·제공이 금지된 상품 또는 봉사에 대한 광고 등이다. 야외광고물은 개성 공업지구관리기관의 승인을 받고 설치해야 했다. 이는 개성공단이라는 매우 제한된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약이 있었으면, 실제로 광고를 실시한 경우는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