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받는 월급쟁이 세금과 비슷 주민세·자동차세도 두 배 이상 인상

 

9월12일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까지 대폭 인상하는 ‘2014년 지방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담뱃값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다. 주민세는 22년 만에, 자동차세는 15년 만에 각각 두 배씩 오르게 됐다. 2012년 대선 이후 박근혜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천명해왔다. 지난해 10월 일부 언론이 ‘부가세와 주류, 담뱃세 인상 통한 증세가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을 당시에도 기획재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아닌 것’이 담뱃세부터 차근차근 현실화되고 있다. ‘서민 증세’라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세금 인상안을 반영해 오는 2017년 한 직장인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될지 구성해봤다.

 

 

#1. 2017년 직장인 A씨의 세금=직장인 A씨의 나이는 서른셋. 한 중소기업의 4년 차 대리다. 오전 8시에 집을 나서고, 대부분 버스를 이용해 출근한다. 부득이하게 늦으면 택시를 탈 때도 있지만 기본요금 4000원은 부담스럽다. 지난해(2016년)에 영업용 차량에 대한 세금이 더 오르면서 버스비와 택시비도 올랐다. 한 달에 5만원가량 나오던 버스비가 7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자가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유류세가 오르는 바람에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끌고 다니던 차를 중고 시장에 내놓았다. 만원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면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구입한다. 4500원.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하루에 한 갑 정도는 기본으로 피운다. 한 달에 14만원이라는 담뱃값을 생각하면 아까운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중 10만원이 담뱃세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회사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 오피스텔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 60만원을 내고 혼자 생활한다. 공과금과 관리비를 포함해 월 20만원 정도 더 든다. 세금도 만만치 않다. 월급 300만원에 대한 소득세로 약 9만원을 낸다. 3년(2014년) 전 내던 주민세는 4800원이었지만 지금은 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지방에 거주하시는 부모님은 한 달에 한두 번 택배로 반찬거리를 보내주신다. 박스를 살펴보니 예전에는 4500원이던 택배비가 6000원으로 올랐다. 택배비가 오른 것도 업무용 차량이 내는 세금이 늘어나면서 공공 서비스 요금들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친구를 불러 술을 한잔하기로 하고 근처에서 만났다. 대학 시절에는 소주 한 병이 3000원이었다. 2014년 말, 주류세 인상안이 고개를 들었고 결국 증류주에 대한 세율이 90%로 올랐다. “서민이 주로 마시는 소주 세율은 올리지 말라”는 반발이 쏟아졌지만 2005년과 달리 정부는 증세를 강행했다. 세율이 높아지면서 소주 값도 덩달아 올랐다. 한 병에 5000원. 일주일에 두 번씩 마시는 술값도 만만치 않다. 테이블에 놓인 술병들과 계산서를 보니 마음이 무겁다.

 

 

담뱃값은 2004년 이후 약 10년 동안 2500원을 유지해왔다. 정부가 말하는 담뱃값 인상은 엄밀히 말하면 ‘담배에 붙는 세금’ 인상이다. 담뱃값 중 유통 마진 및 제조 원가는 39%인 950원. 62%인 1550원이 세금으로 붙는다.

 

정부는 담뱃세를 내년에 80%, 물가가 5% 오를 때마다 추가로 더 인상하겠다고 했다. 명분은 ‘국민 건강’과 ‘보건’이다. 정부는 2004년 담뱃세를 500원 올린 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57.8%에서 44.1%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 가격에 따른 추가 세수는 담뱃값이 4500원일 때 최대다. 정부의 담뱃세 인상이 ‘건강’이 아닌 ‘세수 확보’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금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는 사람은 1년에 57만원의 담뱃세를 낸다. 그런데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1년에 부담하는 담뱃세는 121만원이 된다. 1년에 64만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 금액은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가 내는 소득세와 비슷하고, 시가 9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내는 재산세와 같다.

 

이번 담뱃세 인상처럼 이슈가 되기 전에는 자신이 구매하는 담배에 얼마나 세금이 부과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의 경우 세전·세후 가격을 매장 판매가와 영수증에 표시하고 있고, 미국도 납세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세전 가격을 표기한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눈먼 돈’으로 쓰이지 않도록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1인당 2000~1만원씩 내고 있는 주민세는 1만~2만원으로 조정된다. 2~3년에 걸쳐 현재의 주민세를 100% 인상하는 것이 목표다. 지방세인 주민세는 시·군별로 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민세가 가장 높은 곳은 충북 음성과 보은 등으로 1만원이다. 전북 무주군은 전국 최저 금액인 2000원을 주민세로 책정하고 있다. 서울·부산은 4800원, 광주는 4500원이다. 이렇게 전국 평균 4620원 정도인 주민세는 3년 후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소득과 무관하게 일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과세한다는 점에서 ‘현대판 인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두세 성격인 주민세에 대한 반발은 과거 영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1990년 세제 개편을 통해 주민세를 인두세(poll tax) 형식으로 전환하려다 큰 반발에 부닥쳤다. 이는 1991년 대처 정권의 몰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3년 도입한 카운실 세(council tax)는 주택 평가액이 속하는 등급과 주택에 거주하는 성인의 수 등으로 결정해 부과하는 방식으로, 재산 가치세와 인두세의 결합적 형식을 취한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이 필요한 거주 공간을 6평으로 볼 때, 40평짜리 아파트에 부부만 살 경우 초과하는 28평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자동차세는 3년에 걸쳐 50%, 75%, 10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영업용 승용자동차(택시), 승합자동차(15인승 초과), 1톤 초과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등에 부과하는 자동차세를 올리는 것이다. 15인승 이하 생계형 승합자동차는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1톤 이하 화물자동차 286만9000대는 현행 연간 6600원에서 1만원으로 3년에 걸쳐 약 50% 인상된다.

 

자동차세가 오르면 2017년 영업용 차량에 부과되는 세금은 두 배 이상 증가한다. 2500cc 택시의 경우 현재 4만7500원인 자동차세는 2015년 7만2500원을 거쳐 2017년 9만5000원까지 오르게 된다. 영업용 차량이 내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부담금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택시·버스 요금뿐 아니라 택배 등 공공 성격을 지닌 서비스 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화물차나 영업용 차량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자영업자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유류세와 주류세 인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은 음주량과 그 폐단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음주에 너무 관대하다”며 “건강증진기금을 술에 부과하지 않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9월 재정경제부는 소주 세율을 72%에서 90%로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준다며 소주세율 인상안에 반대했다. 이후 10년 동안 소주세는 72%로 동결됐다. 10년 만에 ‘서민 세금’에 손을 댄 정부가 ‘국민 건강’ ‘음주 문화 개선’ 등을 이유로 주류세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병구 인하대경제학과 교수는 “주류세도 소비세의 범주에 속하는 간접세로, 소득이 적은 층이 주된 소비자”라며 “복지제도가 발전하고 지출이 증대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에 대해 소극적 과세 방안을 취하면서 서민층 위주의 세금 부담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름은 세금이 가격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기름값에는 교통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 등 총 47.5%의 유류세가 붙는다. 2012년 3월 유류세 인하 요구가 일었을 때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휘발유 값 대비 유류세 비중은 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3%보다 낮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담배의 세금 비중이 60%대에서 70%로 오를 경우 이를 이유로 유류세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 추정 규모는 18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주세 수입은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유발되는 사회적 폐해와 세수입 간 비율을 놓고 봤을 때 건강이 목적이었다면 사실상 주류세를 먼저 올렸어야 한다”며 “흡연율보다 음주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조세 저항이 더할 것으로 보여 먼저 담뱃세에 손을 댄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신 간사는 또 “유류세는 담배와 비슷한 구조로 원가 비중에 비해 세금 비율이 높다.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증세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